왜 내가 찍은 수중사진은 죄다 퍼렇고, 초록색인가? (화이트 밸런스)

수중사진 입문과 좌절

스쿠버 다이빙에 입문하고, 몸도 가누기 힘든 초보시절을 벗어나면서 점차 주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초보 때는 보이지 않던 주변 풍경이나 물고기, 산호, 수중생물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고, 사진으로 남겨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고수가 된 기분도 느끼고 싶죠)

 그래서 수중사진을 시작하기 위해 카메라와, 하우징을 알아봅니다. 텔레비전에서 본, 혹은 보트에서 만난 고수들이 가지고 있던 거대한 하우징과 암(일명 영덕대게)이 갖고 싶지만, 소형차 가격과 비슷한 금액을 보고선 깔끔하게 포기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서 아담한 액션캠 혹은 소형 똑딱이, 그 똑딱이 가격과 비슷한, 이유도 없이 비싼 것 같은 전용 하우징을 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입문자들의 코스입니다.

  그렇게 이제부터 나도 멋진 수중 사진을 인스타에 자랑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평소에 육상에서 촬영하던 것 처럼 '자동' 모드에서 주변의 피사체를 찍으며 다이빙을 하게 되지만 정작 결과물은 너무 아쉽습니다. 인스타에서 본 수중사진은 굉장히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내가 찍은 사진은 죄다 초록색이거나, 사람도 풍경도 죄다 시퍼렇게 나오거나, 뿌옇게 나오는 결과물을 받아들게 되면 충격을 받게 되죠. 그리고는 '역시 비싼 카메라로 찍어야 하나 봐... 수천만 원짜리 카메라가 아니라 그런가봐...' 라며 허탈감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내가 찍은 수중사진이 실망스러운 이유

 초보 수중사진가를 좌절에 빠지게 하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먼저 전체적인 사진의 색깔을 좌우하는 "화이트밸런스"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려 합니다.

화이트밸런스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촬영하는 환경의 조명(태양광, 흐린 날씨, 실내조명 등등) 색깔에 맞추어, 흰색 물체를 하얗게 보이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흰색 물체라도, 태양광 아래에서 보이는 흰색과, 흐린 날씨에서 보이는 흰색, 실내에서 노란색 혹은 파란색 조명 아래에서 보이는 색깔은 다릅니다. 인간은 조명이 달라도 흰색 물체를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카메라는 센서에 들어오는 색상을 그대로 포착하기에 화이트밸런스 기능으로 조정하게 됩니다.

최신식 카메라 혹은 휴대폰 카메라는 성능이 좋아서 화이트밸런스 기능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자동으로 촬영해도 멋진 사진을 남기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수중에서 카메라를 사용했을 때 발생합니다.

왜 수중에서는 이상한 색으로 찍히나요?

 육상과 달리, 수중에서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빛이 줄어들게 됩니다. 빛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빛의 양이 줄어드는 것만이 아닙니다. 빛의 파장도 들어갈 수 있는 깊이가 달라져,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의 순서대로 원래의 색이 사라져 보이게 되어 물속에 찍은 사진은 붉은 계열의 색깔이 빠지고 초록, 파란색 위주로 보이게 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카메라는 육상에서 사용하는 것에 맞추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 모드에서의 화이트 밸런스가 빛이 줄어드는 수중에서는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결 방법

모든 카메라에는 화이트밸런스 설정이 있습니다. 자동, 태양광, 흐림, 형광등 등등 다양한 모드가 있어서, 이 중에서 상황에 맞게 설정을 하시면 됩니다. 

  1. 절대 '자동'을 선택하지 않을 것
    - 수중에서는 오히려 자동 모드가 독이 됩니다.

  2. '수중' 모드가 있는 카메라라면 수중 모드로 촬영
    - 수중 촬영을 고려하고 만들어진 카메라들은 '수중' 화이트밸런스 모드가 존재합니다. 특히 올림푸스의 카메라들은 수중 모드에 특화된 카메라들이 다수 있으니, 이 수중 모드를 적극 활용해 주세요.

  3. 커스텀 화이트밸런스 활용
    - '수중' 모드 혹은 화이트밸런스가 있는 카메라라도, 모든 수중에 대응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바다라고 하더라도, 주변 환경 혹은 수심에 따라서 계속 화이트밸런스가 달라집니다. 커스텀 화이트밸런스를 선택해서 세세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4. (중요) RAW로 찍을것
    - 사진 촬영할 때, RAW 파일로 촬영하게 되면 화이트밸런스 보정의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수중에서 커스텀 화이트밸런스를 계속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무조건 RAW 파일로 찍고 나중에 보정하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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